관상과 성숙 15-순응일치의 기도
# 순응일치의 기도 (prayer of conforming union)
성녀 데레사는 마지막 세 궁방에서 일치의 기도를 다루고 있는데,
그 내용을 보면, 제 5 궁방에서는 일치의 기도, 제 6궁방은
영적 약혼에 대하여, 제 7 궁방은 영적 결혼으로 분류하여 이야기되고
있으나, 그녀는 이 삼 단계가 종적(種的)으로 같은 기도인데, 다만
하나님과 영혼의 일치의 정도에서 차이가 날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여기에서 특별히 순응일치의 기도는 관상기도(신비기도)의 최후의
단계라고 볼 수 있는데, 물론 여기에서 일치의 강도의 차원에서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일치의 기도에서는 내적인 모든 기능이
하나님께 사로잡히게 되지만 외적기능은 여전히 자유롭다는 것을
‘일치의 기도’에서 말했다. 이러한 자유로운 감각이 남아 있는
일치의 기도를 순응일치의 기도라고 하는데 이 기도는 하나님의
은총이 외적인 감각까지 사로잡아서 변형의 일치에 이를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기도의 단계를 의미한다. 아빌라의 데레사는 이러한 기도를
제 5궁방과 6궁방에서 일어나는 현상과 같다고 말하고 있다.
이렇게 순응일치의 기도 단계에서는 모든 외적, 내적 감각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고, 이러한 이유로 인해서 모든 감각들은
그것들의 고유한 기능에서 이탈되게 된다. 그러므로 이때 영혼은
외적인 행위에 관심을 돌릴 수 없게 되는데, 이러한 순응일치에 대하여
아빌라의 데레사는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여러분은 하나님이 약혼을 맺기 위해서 하시는 일을 여기서 보시리라 믿습니다만,
내 생각으로는 그때가 바로 탈혼으로써 영혼이 감각을 벗어나는 때인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감각이 살아 있는 채로 이렇듯 높으신 하나님 곁에 가까이 있는 자신을
본다면, 정녕코 목숨이 제대로 붙어 있지 못하겠기에 말입니다.…
내가 이에 대해서 아는 바로는, 사람은 이 경지에서처럼, 하나님의 일을 꿰뚫어보고,
하나님께 대한 깨침과 빛을 이토록 얻는 때는 전에 없던 일이라는 그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일은 불가능하게도 보일 것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인간의 모든 능력은
무슨 수로 이런 신비를 깨친다는 것을 스스로 의식할 수 있는지 그 까닭은 나만 모를
뿐 아니라, 아마도 피조물로서는 아는 이가 없을 것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 기도의 단계를 탈혼의 기도라고 하는데, 그 이유는 바로
탈혼 상태가 순응일치의 기도의 본성이고 또 순응일치기도의 정의와 깊은
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순응일치의 기도에서 탈혼은
정상적인 것으로써, 이것은 성화의 현상을 가져오게 한다. 이러한 탈혼의
주요 형태는 ‘부드럽고 즐거운 탈혼과, 격하고 고통스런 탈혼’이 있는데,
첫째의 경우는 영혼이 더 이상 육신 안에 머물러 있지 않기 때문에 육신이
지닌 자연적 온기(溫氣)의 상실함을 체험하는 것이고, 둘째의 경우는
탈혼으로 인하여 육신의 고통이 격심하게 되어서 그 고통을 견디기
힘든 상태가 되는 것을 말한다.
감미롭고 부드러운 탈혼은 신체의 건강에 해가 되지 않을 뿐 아니라
건강의 회복과 증진의 현상이 일어나게 되지만, 그러나 격한 탈혼은
신체에 무리를 주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이 탈혼의 문제에서는 분별의 문제에 있어서 큰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
그것은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탈혼인지, 아니면 사탄의 장난인지를
구별하기가 어렵다는 데 분별의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아빌라의 데레사는 이러한 탈혼의 구별은 오직 ‘열매’를 통해서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한다.
또한 아빌라의 데레사는 탈혼의 다섯 가지 형태에 대하여 이야기하는데,
첫째의 형태는, 점차적으로 영혼이 자기 주위의 사물과 접촉을 끊고
오직 하느님께만 이르게 되는 경지가 있는데, 이 탈혼은 하나님에 대한
깊은 맛과 인식을 갖게 되어서 다른 모든 피조물을 매우 경멸하는 현상이
일게 된다. 둘째 형태는, ‘황홀’이라 불리는데, 이것은 하나님께서 영혼
깊숙한 곳에 비추시는 갑작스러운 광채를 통해서 오는 것으로, 영혼의
상급부분을 취하여서 육신과 분리시키는 신속한 운동이 일어나며,
이것은 영혼들의 구원을 바라는 열렬한 욕망의 근원으로써, 구령의 한
부분임과 동시에 하나님께서 찬양을 받기를 원하는 것의 간절히 원함이
된다. 탈혼의 셋째 형태는 ‘영의 이탈’인데, 이것은 예리하고 빠른 그
무엇이 영혼에서 나와서 영혼의 더 높은 부분에로 올라가며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곳으로 가는 것으로써, ‘영의 날음’이라고 하며, 이 ‘영의 날음’은
영혼에게 세 가지가 부여되게 되는데, 그것은 첫째, 하나님의 위대함을
알게 되고, 둘째, 자아의식과 겸손함이 생겨나며 셋째, 지상의 모든 것에
대한 극심한 경멸이 생겨나게 된다. 탈혼의 넷째 형태는 영혼이 기도에
끌려가지 않음으로 오는 충격인데, 이때 영혼은 깊은 고독과 버림받았다는
느낌 가운데 있게 된다. 영혼은 자신이 하늘과 땅 사이에 달려 있음을 보고
어찌해야 할지를 모름으로써 큰 고통 속에 거하게 되고, 이 충동이 지난
뒤에 깨달음을 얻게 된다. 다섯째 단계는 ‘사랑의 상처’라고 하는데,
이것은 내적 감각이 영혼에게 쏘아붙인 불화살로써, 이러한 일이 일어날 때,
영혼은 갑작스러운 충격 때문에 울부짖게 되고, 이 울부짖음은 기쁨의
상처로 인해서 좋음의 탄성으로 흘러나오는 것이다. 이러한 영적 약혼의
단계는 신비적 결혼으로 들어가려는 전 단계로써 준비되는데, 이 선행의
단계로써 세 단계가 있다.
그것은 “첫째, 예비적 극기이고, 둘째, 영의 수동적 정화이며, 셋째 단계는
영적 약혼이 이루어지는 하나님의 접촉 또는 방문이라고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순응일치의 기도는 변형일치의 기도로 넘어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