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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8회) 에니어그램 영성-영성 이야기

영성에 대한 생각들

by 지심 정경호 2007. 9. 29.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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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니어그램 영성 (7회) - 영성 이야기

이야기에는 힘이 있다. 나를 발견하게 하는 힘이 있다. 맺혔던 한을 풀어주고, 쌓였던 불만을 풀어주고, 응어리진 가슴을 쓸어주고, 아물지 않은 상처를 치유하는 힘이 있다. 이야기의 힘은 위로와 치유와 회복의 힘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야기에는 하나님을 만나고 대속의 은총을 경험하게 해 주는 힘이 있어야 한다. 이야기가 이런 힘을 드러낼 수 있으려면, 그만한 바탕이 있어야 한다. 그것은 다름 아닌 정직의 바탕이다. 이 바탕은 남들에게 잘 보이거나 남들보다 돋보이려는 것도 아니고, 애써 숨기거나 감추려고 하는 것도 아니다. 자신에게 정직하고, 과거에 솔직하고, 하나님 앞에서 솔직해지는 것이다. 이런 정직을 바탕으로 인생담을 함께 나누는 데서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정직을 바탕으로 하는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이야기 자체가 이야기를 끌어내고 이야기가 또 다른 깊은 곳에서 이야기를 밀어내는 힘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어쨌든, 자신에게 솔직해지려는 만큼 이야기 자체에 정직해지는 것이 곧 힘이다. 그런 이야기 속에 담긴 뜻이 힘으로 나타나며, 그 힘은 위로와 치유의 힘이 되고, 회복의 힘이 된다. 이야기 속에 그토록 큰 힘이 있건만, 우리는 그동안 이야기에 대한 관심이 뜸했던 것이 사실이고, 특히 학문의 관심은 크게 받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1970년대 중반부터 이야기 신학이 미국과 프랑스에서 새롭게 발전되기 시작하였고, 성서신학과 영성신학 그리고 공동체 성서연구에 접목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제, 영성수련에 있어서 이야기가 그 힘을 드러내는 것을 많은 이들이 경험하게 되었다. 성서를 대하면서 우리가 흔히 인생담을 함께 나누듯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여기에 영성 이야기를 이어가면 한층 더 좋은 경험이 된다. 그것은 이른바 영성적 자서전을 스스로 발견하고 그것을 함께 나누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아브라함의 일대기를 연상하며 나의 일대기를 대조적으로 비추어 보며 이야기를 엮어 보는 것이다. 일치하는 부분은 확인하고, 다른 면은 성서 이야기의 조명을 받아 다듬어 가든가 보충하면서 영성의 교정과 보완 작업을 해 나갈 힘을 얻는 것이다. 그래서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과 믿음의 후배인 나의 인생담이 어떻게 만나는가를 찾는 노력 속에서 성찰하고 명상을 하는 것이다.

우리는 영성 이야기의 패러다임을 예수 이야기에서 찾는다. 그리고 예수를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도 찾는다. 성경 속 예수 이야기가 오늘을 살아가는 나의 삶을 이야기로 엮어 나가게 하는 힘이다. 이런 힘은 바로 나를 정직하게 보도록 만들어 주는 힘이다.

이야기는 본디 아득한 옛날부터 전해 내려온 예술이다. 원초적 사회에서는 이야기꾼이 추장이 되고 우두머리가 되었다. 현대사회에서도 심지어 '정치는 말로 한다'는 것처럼 이야기꾼이 지도자가 되는 것에 다름이 없다. 다만 이야기 속에 진실이 담겨야 비로소 힘이 있는 이야기가 됨을 확인한다. 그래서 함께 나누는 진실의 이야기는 모두를 하나로 묶어주는 힘을 지닌다.

진실의 이야기는 고백의 이야기나 참회록으로 전해진다. 이런 뜻에서 기록된 영성 이야기 가운데 어거스틴의 참회록을 꼽을 수 있다. 그 이야기 속에는 추억과 회상이 담겨 있고, 그 속에는 하나님의 은총과 구원의 이야기가 있다. 그 이야기는 곧 해방의 이야기가 된다. 인생을 여로에 비유하듯이 인생담은 그 여로에 관한 이야기가 된다. 우리는 여기서 굴레를 쓰고 살던 이야기가 해방의 기쁨을 맛보는 이야기로 바뀌는 것과, 슬픔을 끌어안던 이야기가 기쁨을 노래하는 이야기가 되기도 하는 것을 본다. 그래서 이야기는 변화의 이야기가 된다. 성공담도 좋지만 실패담을 함께 나눌 때 더욱 더 위로와 아울러 용기와 지혜를 안겨 주는 이야기가 된다. 장엄한 패배의 이야기는 부끄러운 승리의 이야기를 능가한다. 십자가 사건 이야기는 그 어떤 이야기도 갖지 못하는 힘이 있다.

이와 같이 우리 개개인이 경험하는 각자의 십자가와 그 이야기 또한 나에게도 그리고 서로에게도 힘이 된다. 그래서 상처를 함께 나누는 이야기는 힘이 있는 것이다. 여기서 나오는 힘이 상처입은 사람으로 하여금 치유자가 되게 한다. '상처입은 치유자'의 이야기는 내용의 무수한 변주곡과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똑같이 위로의 힘이 된다.

이런 힘이 자기를 발견하게 만들고, 영성을 높이게 만든다. 상처를 입고 실패를 경험한 기억과 회상이 처음에는 파편처럼 떠오르기 시작한다 해도 하나 둘씩 모아지고 뭉치면서 모자익이 되고 응고되면서 형성되기 시작하면서부터 거기에 생명력이 생긴다. 그래서 이야기 자체가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움직인다. 그 움직임이 마침내 감동과 감격을 안겨준다.

그래서 영성 이야기는 의의도 크지만 그 역할 또한 중요하다. 각자가 인생의 여로를 이야기로 엮을 수 있듯이, 그것을 영성의 자서전으로 엮을 수 있다. 이를테면, 영성의 길로 그리고 순례의 길로 이야기하게 된다. 그러고 보면 소명과 약속된 복의 길을 떠올린다. 성취와 축복을 향하여 가는 길에서 수없이 많은 만남을 경험한다. 고난과 실패, 희망과 성취, 시련과 극복, 시험과 승리, 등등의 경험들 속에서 하나님의 손길과 현존을 얼마나 어떻게 발견하고 경험했던가를 회상한다. 결국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에서 영적 자서전을 발표하는 순간에 어떻게 삶의 기쁨을 하나님과 더불어, 그리고 하나님 안에서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누며 경축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중요한 관심사이다.

특히 에니어그램 영성 수련에 있어서 "난생 처음 받은 상처"를 이야기하는 때에나 영성 이야기를 함께 나눌 때 굴지예프가 한 말을 기억하는 것은 유익할 것이다.

내가 모두에게 과제 하나를 준다. 이것은 전체가 하며 동시에 개별적으로 해야 한다. 그 과제는 바로 그룹에 있는 사람 각자가 자기 인생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모든 것을 자세히 말하되 보탬이나 꾸밈없이 해야 한다. 숨기지도 말아야 한다. 주요하고 본질적인 것은 강조하되 사소한 것을 자세히 할 필요는 없다. 성실하게 하고, 남들이 잘못 받아들일까봐 두려움을 갖지 말라. 왜냐하면, 모두가 같은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자신을 벗겨야 한다. 각자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아야 한다. 이 과제가 다시 한번 보여주는 것도 그룹 밖에서는 아무 말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 그룹 안에서 한 이야기가 밖에서 되풀이된다는 생각이나 의심이 들면 아무도 감히 자신의 이야기를 말하려 들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아무 것도 되풀이되지 않을 것에 대에서 완전히 확신을 굳게 가져야 한다. 그리고 나서야 두려움 없이 말할 수 있고, 남들도 똑같이 하리란 이해심을 가지고 말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영성 이야기를 함께 나눌 때, 그 내용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소설의 주인공이 각자에게 자기를 드러내는 대로 각자가 따라 가면서 글을 써 나가듯이 이야기에 충실하다보면 영성적 자서전은 우리를 재발견하도록 해주고 우리를 마침내 재형성하는 힘을 줄 것이다. 그래서 함께 나누는 여로는 더욱 힘있게 만들어 주는 법이다.

출처 :어둠 속에 갇힌 불꽃
출처 : 샤마임 수도원 공동체
글쓴이 : 지붕과 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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