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룩한 독서의 방법
중세의 수도승들은 말씀에 대하여 ‘성서의 네 가지 의미’를
이야기하는데, 그것은 자의적(字意的, literal), 도덕적(moral),
유의적(allegoricall, 喩意的) 그리고 일치적(unitive : 때로는
anagogical) 의미들이다. 이러한 분류에서 보면 현대의
주석학자들의 관심은 대부분 성서의 자의적 의미에 초점을
맞추어서 설명하는 단계에 머무르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거룩한 독서의 목적은 내적 통찰 즉 독서를 통해서 정보를
얻고자 하는 것이 아닌, 그리스도와의 만남을 통해 그리스도와의
우정을 발전하는데 있다. 거룩한 독서의 주된 방법은 그 당시에
성서가 귀해서 구하기 힘들었다는 사실이 한 몫을 하였는데,
대부분 말씀을 암송하다가 어느 구절이 마음에 와 닿으면
암송이나 읽기를 중단하고 그 말씀에 대하여 묵상과 기도를
행하였다. 이 과정은 논리적 묵상에서 정감적 기도로 그리고
의지의 열망을 통해서, 그리고 이러한 반복됨을 통해서
하나님 안에서의 쉼의 단계로 넘어가는 체험을 하게 되었다.
이것이 거룩한 독서의 목표였는데, 이러한 과정을 성서의
네 가지 의미에 대한 과정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그것은 성서를
처음 대할 때 성서의 자의적 의미는 역사적인 메시지로 그리고
예수님이 보여주신 하나의 표지로써 보여지고 실천하게끔
요구하게 된다. 즉 이 자의적 의미는 말씀을 실천함으로써
얻어지는 깨달음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자의적 의미가
어느 정도의 기간이 지나게 되면 도덕적 의미를 체험하게 되고
이러한 체험은 말씀의 내면화라는 새로운 수준의 믿음의 차원으로
움직여가게 하며, 이것은 유의적 의미로 흘러가게 한다. 이러한
유의적 수준은 그리스도의 뜻을 독서를 통해서 깨닫게 되며,
이것은 깨달음의 음성의 맛을 보는 것으로 삶 속에서 그러한
그리스도의 음성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또한 유의적 수준에서
일어나는 현상이 있는데, 그것은 쉼과 정화이다. 쉼과 정화는
관상의 차원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엄밀한 의미에서 분리될 수
없으나, 유의적 수준에서 쉼은 성서의 네 번째 수준으로써
일치적(anagogical) 수준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유의적 수준에서 일치적 수준으로 향할 때 일어나는 현상은 바로
정화로서 이것을 사막, 혹은 어둔밤이라고 말하는데 무의식을
덜어내면서 동시에 그 덜어냄은 우리의 인격의 어두운 면을
덜어내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성서의 네 가지 의미는 나선형의 움직임으로 성숙하여
가는데 이 과정을 분석하여 알아본다면 다음의 네 과정을 통해서
이루어지게 된다. 그것은 말씀을 경청하고(lectio), 그 말씀을
깊이 묵상하고(Meditatio), 묵상에 반응하는 기도(Oratio, 응답)를
하며, 반응을 통한 의지의 활동이 하나님의 현존 안에서
쉼의 상태(contemplatio)로 들어가는 것이다.
거룩한 독서의 움직임에 대하여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보면, 우리는
말씀을 경청(Lectio)하게 되는데, 경청은 거짓 자아라는
큰 장애거리를 발견하게 만든다. 거짓 자아의 습관적인 기대와
요구 그리고 집착으로 인해서 말씀의 본래적 의미를 찾지 못하게
된다. 이러한 경청의 과정을 깊게 해주는 두 가지 체험이 있다.
그것은 마음의 평화와 영적인 위로로서 이것은 하나님에 대한
신뢰를 키워주고, 이러한 신뢰는 우리 자신의 심리적인 방어
기제를 풀어주면서 우리의 어두운 면을 직면하게 하며 그러한
직면은 이러한 것들을 제거해주게 된다.
경청에서 출발한 거룩한 독서의 두 번째 만남이 바로 묵상인데,
이것은 마음을 활짝 여는 개방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말씀을
되풀이함으로 그 말씀 안에 거하면서 우리의 두 귀와 두 눈
그리고 마음과 지성을 물을 빨아들이는 스폰지의 모공처럼
행하는 것이다. 즉 우리 자신의 모든 존재를 하나님께
열어드리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묵상(Meditatio)의 반복은
미드라쉬적 전통1)에 기반된 것으로서, 기도(Oratio)를 준비시켜
주게 되는 것이다. 이 묵상의 준비로 말미암아 우리 안에 있는
사막, 그리고 인격의 어두움들이 체험되게 되고, 이것은
미드라쉬를 몸소 이끄시는 성령께 귀를 기울이게 되며,
성령의 활동하심에 대하여 반응하게 되는데, 이것을 Oratio라고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집착이나 좌절로부터 오는 에너지의
낭비가 없어지고, 이러한 현상은 가장 깊은 사랑의 안식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이것을 관상(contemplatio)라고 하는 것이다.
이러한 거룩한 독서는 한번의 기도에 모든 과정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오랜 수련을 통해서 나선형의 운동처럼 하나님의 쉼
안으로 인도되어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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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드라쉬(midrash)는 유대의 전통적인 랍비적 전통의 주석학의 기법을
말하는데, 이 기법은 텍스트에서 출발해서, 다른 텍스트에서 다른 텍스트들을
그리고 다른 성서의 장면들의 별자리를 연결시키는 작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것은 우리의 이성적인 사고와 능력에 구애받지 않고 그것을 뛰어넘어서
자유와 창의력을 통해서 성서안에 숨어 있는 내적인 비밀을 드러내 주는
탁월한 장점을 가진 기법이다. 이러한 기법을 초대 교부들도 구사하고 있었는데,
이러한 미드라쉬는 “탐색하다, 질문/신문하다, 상담하다”라는 뜻이 들어있다.